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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허락

짜잘다꼼 2024. 10. 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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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따사로운 어느 날

고야는 점심을 먹은 후 마당을 조금씩 쓸기 시작했다.

가온 어미는 회복에 안좋을 수 있다며 가벼운 산책을 권했지만.. 고야가 좀이 쑤신다면서 고집을 부리며 빗자루를 집어든 결과였다.

가온 어미는 오히려 고야의 행동에 상처가 덧나거나 아문 자리가 터질까 걱정이 늘었다.

 

가온 어미: 아이가 조금씩 쓸며 운동삼아 해도 될 일을... 어찌 환자가 그리 하십니까?

 

고야: (빗자루질을 하다 멈추고는) 하... 말씀드리지 않았소외까.. 좀이 쑤셔 돌아버리기 딱 직전이라서요...

 

가온 어미: 그러다 상처가 다시 터지거나 덧나면 어쩌시려구요.

 

고야: (헛기침을 살짝 하며) 그.. 처술이 좋은 의녀가 계시니 본인은 걱정이 없소이다...

 

가온 어미는 고야의 말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나물을 다듬으며 고야의 빗자루질을 그만하게 하려했으나.. 고야의 천역덕스러움과 고집에 졌다는 의미기도 했다.

 

가온 어미: 몸을 크게 쓰지 마시어요.

 

고야: (빗자루질을 하며) 고맙소.. (다시 조금 쓸다가) 여러모로.. 큼..

 

가온 어미는 고야의 행동을 한 번씩 살피면서 웃음을 지었다.

 

 

다시 수 일이 지나고...

따뜻한 해를 비추며 기운도 따사하던 날씨가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고야는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것에 가온 어미와 의논을 했다.

 

고야: 내 상처가 많이 아물기도 했고.. 기력도 조금씩 나아지고 해서.. 회복에 도움이 될 정도로 땔깜을 마련해오려 합니다.

 

가온 어미: 아까 상처를 살펴보니.. 여기서 겨울은 나셔야 하니.. 말리진 않겠습니다.

 

고야: 고맙소.. 그리고..

 

가온 어미: 네..

 

고야: 집 옆에.. 내가 머물 공간을 짓고자 합니다. 한 방에서 계속 지내기는.. 그것이...

 

가온 어미: 그러다 회복이 안되실 수 있습니다.

 

고야: 빠른 회복을 위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거요. 어릴 때 부모님을 도와 집을 직접 짓고.. 내 방도 직접 지어본 적 있으니 잘 조절하며 짓겠소.

 

가온 어미: 하지만.. 땔깜을 구해오는 것과 집을 짓는 건...

 

고야: 나중에 내가 떠나고 나면.. 창고로 쓰시면 되겠구랴... 내 그리 하실 수 있게 잘 지어쓰다 드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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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오고...

고야가 미리 마련해둔 땔깜들 덕에 가온 모녀는 따뜻한 겨울을 맞이했고

땔깜을 구하며 산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까지 빼꼭히 채워놓은 고야였다.

더불어 고야는 자신이 지낼 공간까지 마련해놨지만...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의 놀이방으로 변해갔다.

 

식사를 하고.. 쉬는 겸해서 새끼를 꼬고 있던 중에 고야는 함께 새끼를 꼬는 가온 어미에게 무심코 질문을 해도 되냐 물었다.

 

가온 어미: 네.. 뭔가 궁금하신게 있는지요?

 

고야: 딸과 단 둘이 지내는 것에.. 내 궁금하지 않으려 했는데.. 새끼도 꼬는 김에 그 사연.. 들려줄 수 있겠소?

 

가온 어미: ..... 그게 궁금하셨습니까?

 

고야: 함께 지낸 시간도 꽤 흘렀고 하다 보니... 궁금해하지 말아야하느데 하면서도.... 하.. 불편하면 답을 아니해도 괜찮소.

 

가온 어미는 새끼를 꼬며 살짝 웃음을 지었지만 곧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의 사망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고야를 숙연하게 하기도.. 가온 어미가 눈물을 짓기도.. 이를 반복하며 새끼를 다 꼬았을 즈음 마무리가 되었다.

 

고야: 심려가 크셨겠오.. 갓난쟁이때 낭군이 그리 되시다니... 

 

가온 어미: 전쟁이.. 야속할 뿐이죠... 나라를 지키고 적을 치는데 필요하다하여 돈을 벌고자 떠난 남편이었습니다. 그 마음은 저와 딸을 향한 것일테고.. 죽음은 그의 운명이라 받아들여야겠지요..

 

고야: 그래도 딸이 훌륭히 잘 자라고 있으니.. 낭군께서도 흐뭇해하시겠습니다.

 

가온 어미: 그 말씀을 들으니 남편이 또 야속해지네요..

 

고야: 음.. 내가 괜한 말을...

 

그렇게 가온 모녀와 고야는 겨울을 나고.. 다시 봄이 찾아오는 것을 반겼다. 

고야는 가온과 더욱 가까워지며 아비의 정을 느끼게 해주려 노력하였고, 가온은 그런 고야를 잘 따랐다.

그렇게 가온이 중간 연결점이 되어 가온 어미는 고야를 남편으로 맞이하는데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고야: 괜찮겠소? 어릴적 산에만 살다 전쟁터를 돌아다닌 것 뿐인 나를...

 

가온 어미: 가온이에겐 더 없는 아비의 모습이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함께 지내보니 제게도 잘해주시구요.

 

고야: 그.. 우리 부모님을 뵙는 것이 순서일 듯 한데...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고...

 

가온 어미: 저는 지아비로... 가온은 아비로.. 우리 모녀는 마음을 굳혔으니.. 정해주시지요. 

 

그날 밤 고야는 자신의 방에서 간략한 혼약을 치르고 옷고름을 푸는 가온 어미와 함께 밤을 지새었다.

 

다음날 아침 환한 얼굴로 문 밖에서 기다리는 가온이

문이 열리며 고야가 나오자 

 

가온: 아부지!!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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