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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다시

짜잘다꼼 2024. 10. 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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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 어미는 고야를 지극정성으로 치료에 임했다.

가온은 어미 곁에서 함께 고야를 돌보며 잔심부름 등을 했다.

 

가온: 어머니. 아부지는 언제 일어나실까요?

 

가온 어미: 글쎄다.. 지난 번 상처를 입은 적도 있고.. 나도 예측하기가 힘들구나.

 

가온: 아부지가 피를 많이 흘리셨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치료하셨으니 괜찮겠죠?

 

가온 어미: (가온을 끌어당겨 안으며) 괜찮으실게야. 우리가 이렇게 정성을 들이고 있으니...

 

며칠이 지나고...

피난처 안에서 고야는 잠을 푹 잔 것 처럼 말끔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고야: 아..후움... 여기가.. 앗! 여보! 부인!!! 온아!!!

 

마침 가온과 함께 주변에서 나물을 캐온 가온 어미가 고야가 깨어난 것을 보고 달려왔다.

 

가온 어미: 서방님! (이리저리 만지며) 괜찮으신겁니까?

 

가온: (고야에게 안긴다) 아부지!!

 

고야: (안심하며) 다들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한바탕 울음바다가 된 후... 

저녁이 되어 어둥이 깔리자...

 

가온 어미: 그래도 서방님이 주신 약이 효과를 톡톡히 봤네요.

 

고야: 어머님이 외지인에게 받으셨다 해서 나도 긴가민가했는데.. 어찌되었던 참 다행이오. 

 

가온 어미: 이제.. 말씀하신대로 서방님 고향으로 가는 겁니까?

 

고야: 내 오늘 눈을 뜨고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고야의 말은..

고향땅으로 가 가온 어미와 가온과 함께 부모님께 인사하고...

고향의 옆 동네나 조금 떨어진 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살아가는걸 생각했다는 말이었다.

다만... 가온 어미와 가온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면.. 인사만 드리고 오는 것도 좋다고도 했다.

 

가온 어미: 하지만.. 이곳은...

 

고야: 내 생각이 그리 미친 것은... 야만족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부인에겐 이곳이 고향이나 마찬가지지 않소. 가온에게는 이곳이 정말 고향인것이고...

 

가온 어미: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겠어요?

 

고야: 편하게 생각해보시구료... 그리고 오늘은 집으로 내려갑시다.

 

어두운 산길이지만 원래의 삶이 산속의 생활이었던 고야여서 그런지 둘을 데리고 능숙하게 집에 도착했다.

낡은 폐가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것들을 약간만 걷어낸 채 불을 떼고 한 방에 세식구가 모여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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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고민을 마친 가온 어미가 가온을 불러 이것 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했다.

 

가온 어미: 아버지와 어미는 네가 섭섭치 않다면 잠시 이곳을 떠나 살다가 돌아오면 좋겠는데.. 가온이 생각은 어떠니?

 

가온: (잠시 땅바닥을 보며 머뭇대다) 저는.. 아버지 어머니 결정에 따를게요.

 

가온 어미: 그럼.. 아버지에게 말씀드려서 아직 못 찾아뵌 조부모님을 뵙자꾸나. 아버지 말씀으론 조부모님 사시는 곳의 옆에 터를 잡아 집을 지으시겠다고 하셨단다.

 

가온: 그럼 앞으로 거기서 살게 되는 건가요?

 

가온 어미: 그렇단다.

 

가온: 네! 알겠어요.

 

그렇게 고야는 가온 어미와 가온을 데리고 정착했던 곳을 떠나 다시 고야의 고향으로 향했다.

부지런히 걷고 산에서 야영을 하며 수일이 지나니 고야의 고향땅 목전에 다다랐다.

하지만... 정겹고 활력 넘치던 고향땅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고야의 희망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고야: 이.. 이럴수가... 

 

고야는 가온 어미와 가온을 데리고 고향집을 찾았지만... 부모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온 어미: 이게.. 어떻게...

 

고야: 여긴 더 심각했었나 보오... (눈물을 참는다)

 

고향집에 가온 어미와 가온을 잠시 두고 상황을 알아보고 온 고야는.. 힘 없이 집으로 들어와 털썩 앉았다.

 

가온 어미: 서방님.. 뭐라도 들으신게 있습니까?

 

가온: 아버지. 괜찮으셔요?

 

고야는 잠시 말 없이 하늘만 바라보다..

 

고야: 치열하게 전투가 여기서 일어났다고 하네요. 산에 사는 사람들이고..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고... 순식간에 외놈들에게 목숨을 잃었고.... 지금은 조정에서 외군을 몰아냈다고는 해요... 내일 시신들이 있는 곳에 가서 부모님 시신을 찾기로 했다오...

 

가온 어미: 그럴 수가.. 

 

고야: 부모님 시신이 없을 수도 있다 하니... 부인과 온이는 여기서 기다리는게 좋겠소. 

 

고야는 힘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가온 어미는 그런 고야를 바라보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가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가온 어미는 주변을 돌아보며 캐낸 나물과 산에서 자란 채소들을 이용해 식사 준비를 하고.. 가온은 옆에서 그런 어미를 거들었다.

고야는 방 안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밤...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고야는..

살며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살며시 바라보니 2명이 고야 식구가 먹고 남긴 것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고야: 누구냐!!

 

음식을 먹던 둘은 고야의 외침에 입에 있던 것을 뿜을 정도로 놀라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고야: 누구길래 남의 집 주방을.. 응?

 

고야의 외침에 놀라 깬 가온 어미가 등불을 밝혀 따라 들어왔다.

 

고야: 어.. 어머니? 아버지!!!

 

고야 아범: 콜록 콜록.. 아이고.. 마누라 내 등 좀 쳐보게...

 

고야 어멈: 콜록 콜록.. (고야 아범의 등을 두드린다) 나도 죽겠어요.

 

고야가 부모님을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고야: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이곳 소식을 듣고 모두 죽었다기에.. 돌아가신줄 알고...

 

고야 아범이 고야의 머리에 꿀밤을 때리며

 

고야 아범: 이놈아! 죽긴 누가 죽어! 네놈 장가 가는 건 보고 죽든지 할거니 그리 알어잉!!!

 

고야 어멈: 그렇다고 머리를 그렇게! 아이구.. 우리 아들.. 

 

오히려 고야 부모님은 고야가 죽은 줄 알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죽은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후 부모는 몇 달을 식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둘째인 딸을 멀리 시집보낸 것이 떠올라 하나밖에 안 남은 자식 얼굴이라도 보고 오자고 생각해 딸을 보고 갔다가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고, 마을이 습격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히려 더 돌아다니다 도착했다는 얘기였다.

 

고야: 아버지 어머니. 제가 불효가 컸습니다. 죽다 살아난 후에.. 저를 살려준 은인에게 장가갔습니다. 부인.. 이리 오시오.

 

가온 어미: 서방님과 혼인한 난수라 합니다. 절 받으셔요. 아버님 어머님.

 

고야 아범과 어멈은 며느리라는 말에 놀랐지만 가온 어미를 보고는 이내 좋아하며 절을 받았다.

 

고야 어멈이 가온 어미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고야 어멈: 우리 아들.. 살려줘서 고맙네.. 그리고.. 혼인까지 해줘서 더더욱이 고맙네 그려...

 

가온 어미: 서방님 체력이 좋으셔서 살아나셨지요. 저는 상처만 치료했을 뿐이었답니다. 

 

고야 : (웃으며 가온을 데려오며) 자.. 할아버지 할머니께 절 해보자. 

 

가온: (절을 하며) 가온이라고 합니다.

 

고야 아범이 담뱃대를 들어 고야의 머리를 내리쳤다.

 

고야: 아이구!! 아퍼요 아버지!!

 

고야 아범: 벌써 이리 다 큰 딸이 있어? 죽었다고 소식 들은지 1년도 안된 녀석이 어찌 이리 큰 딸이 있어? 무슨 짓을 한게야?

 

가온 어미: 아범님.. 사실은...

 

가온 어미는 조용한 말투로 고야를 만났을 때 자신의 상황과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말을 모두 들은 고야 아범은 가온 어미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야 아범: 이. .못.. 난 끄윽.. 우리 아들.. 받아 꺼이 꺼이 주어 고맙다 며느리야!!

 

 

다음날 아침...

가온과 함께 마당을 쓸고 집을 고칠 부분들을 손보기 시작한 고야는 어머니를 도와 함께 식사를 짓는 가온 어미의 모습을 보고 흐뭇해했다.

 

고야: 온아.. 온이는 어떠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니까?

 

가온: (해맑은 표정으로) 가족이 늘어서 좋은 것 같아요.

 

고야: 그래 다행이구나. 우리가 살 집을 짓는 동안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따로 살면서도 자주 찾아뵙자꾸나.

 

낮에는 집을 손보고 밤이 어둑해지기 전까지는 살 집을 지을 터를 보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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